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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_부동산이야기

부동산 수기_상급지 갈아타기 2편 <분당 매도 및 매수기>

지난 1편에서 손품팔기와 임장 가기에 대해 기록하였습니다.

2편에서는 실제 매도 및 매수기를 기록하려고 합니다.


본격 매도 및 매수기

'매물 등록을 하다'

위에서도 얘기한 바와 같이 다음 단계로의 목표는 정해졌지만 2년 실거주 양도세 비과세를 위해서는 1년의 시간이 더 남아 있었고, 시나리오 작성 결과 매도해야 하는 금액이 현재 실거래가보다 많이 높은 금액이라 당장에 옮길 수 있을 거라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거래 절벽인 점과 일부 지역은 공급물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내가 있는 지역은 계속 보합을 유지하고 있었다)을 감안했을 때 통상 매도를 위해 6개월 전에 매물을 내놓는 방향으로 한다면 오히려 더 장기적으로 매도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매물이나 등록해 놓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로 계산한 매도가격 그대로 중개업소를 통해 매물 등록을 하였다.

가격도 높을뿐더러 매수 우위 시장이라 팔리기 어렵겠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현 거주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사실 계속 거주해도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리 또한 현거주지에 머물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였는데 2%대의 고정금리를 받아놓아 금리 상승은 나와는 무관한 얘기였다. 이 때문에 현재 시점에 갈아타기를 한다면 저금리를 포기하고 양도세까지 납부하면서까지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여유로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긴박감으로 전환되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매수인'

매물을 등록한지 2주 차가 되었을 때 중개인으로부터 집을 보러 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로열층에 해당하는 매물이었지만 가격이 비쌌을 뿐만 아니라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있어 이렇게 빠르게 집을 보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었다.

내가 직접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중개인에게 임시 비밀번호를 발급해 드리고 볼 수 있게끔 해드렸다. 저녁시간이 되어 중개인은 집을 잘 보고 간다는 문자를 남겨주셨고, 나는 별도 추가 문의가 없어 퇴근하고 마음 편히 쉬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중개인으로부터 통화요망이라는 문자를 받게 되었다. 이에 나는 바로 전화를 드렸고, 중개인으로부터 놀랄만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집을 보고 가신 분이 금액 조건만 맞춰주면 바로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였다.

중개인은 먼저 나에게 최하 어느 정도의 가격까지 맞춰 줄 의향이 있는지를 여쭤보셨다. 미리 자금흐름 시나리오를 작성해 놓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이면서 갈아타기가 가능한 매도 금액의 하한선을 이미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나는 역으로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얼만지 여쭤보았다. 처음에는 정확하게 말씀하시는 걸 꺼려하셨지만 괜찮으니 그냥 말씀해 달라고 하였다. 매수인이 원하는 가격은 단지 내 신고가보다 600만 원은 높은 가격이지만 내가 내놓은 가격보다는 4천만 원이 낮은 금액이었다. 그리고 내가 계산한 하한선의 금액은 그것보다 2천만 원이 높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우선 중개인분께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는 생각으로 단번에 기존 매물 가격보다 2천만 원이나 낮은 하한선의 금액을 말씀드렸다(거래 성사 여부가 어찌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쉽게 2천만 원이라는 금액을 상대방에게 양보했으니 말이다).

내용을 전달받은 중개인은 매수예정자와 연락 후 다시 연락을 주시기로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통화 종료 후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로 내가 제시한 가격에 계약을 하겠다고 할 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바로 다가올 현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나는 정작 갈아탈 아파트의 매물 임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한밤중 매수할 물건 임장하기'

임장을 통해 내가 목표로 삼은 아파트 단지는 확인을 하였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임장은 진행하지 않은 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기존 아파트의 매도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매도 계약이 진행되어 버리면 나 역시 매수할 아파트와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컸다. 그렇다고 매물임장 없이 계약할 수도 없으니 마음이 급해졌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중개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하는 금액에 맞춰줄 테니 입금계좌를 달라는 연락이었다. 우선 내가 중개업소로 직접 방문하기로 하고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매물을 내놓은지 2주 만에 바로 계약이 된다고? 거래 절벽에 매수 우위 시장에서?(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실수를 하고 말았다) 가는 도중에 많은 생각을 했다.

도착해서 우선 중개인분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갈아타기를 해야 하는 아파트에 대한 매물임장도 못했고, 매수 금액 조정 가능 여부도 확인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중개인은 부동산 전산망을 통해 빠르게 입주 가능하면서 중층 이상의 물건들을 추려주셨고 내가 매수 가능한 금액으로 조정이 가능한지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조건에 맞는 매물이 하나로 좁혀졌다. 하지만 아직 매물을 본 상황이 아니라 내일 매물을 보고 최종 결정하자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중개인은 지금 가서 매물을 보자고 하셨다. 그때 시간은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중개사님과 바로 매수 물건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해당 물건은 복도 끝 외벽과 맞닿아 있는 매물이었다. 외벽에 위치한, 특히 구축 아파트 외벽 물건은 장마철 누수와 겨울철 추위에 취약하다고 알고 있어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장점도 있다. 복도식 아파트의 단점인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어느 정도 보호가 된다는 점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첫 느낌은 '나쁘지 않네?!'였다. 물건지로 오는 동안 설명을 듣기로는 기존에 월세입자가 오래 거주했다고 들어 집 상태가 매우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아실 어플을 통해 과거 해당 매물의 거래 이력을 살펴보니 12년도부터 최근까지 월세입자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아 느낌이 괜찮았던 것이다. 물론 당시 해당 물건에 사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월세입자 퇴거 후 매도인이 일부 수리를 진행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사용감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마음은 급했지만 최대한 꼼꼼히 살펴보았다. 여러 매물을 보고 비교하면 좋을 텐데 그럴만한 매물이 없는 상황이니 이 매물을 구매할 것으로 염두에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매수 가능한 매물을 확인한 나는 매도를 위해 계좌를 보내주기로 했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대라 매수인 측 중개사에게서 계속적으로 독촉하는 연락이 왔다. 하락장에 매도인이 시간을 끄는 경우는 없고, 이러다 마음 바뀌면 매수를 안 할 거라고도 했다. 부동산에 늦게 입문한 터라 상승장만 경험했던 나는 아직도 매도자가 우위에 있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매수자가 변심을 했다면 아마 오랫동안 매도를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입금계좌를 보내주고 가계약금을 입금받으면서 매도는 결정이 되었다. 물건을 등록한 지 2주가 채 안 돼 매수예정인이 집을 보고 갔고, 그날 바로 매도 결정도 완료되었다.

물론 새로 매수할 물건임장까지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성급하게 가계약금을 보내다'

다음날이 되어 이제 매수할 물건의 가계약금을 입금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전날 중개인이 매물의 가격을 처음에는 1,000만 원 그리고 추가 요청으로 300만 원을 더해 총 1,300만 원 조정을 한 상태라 가격은 마음에 들었다. 현재 따로 대체할 만한 물건도 없는 상태지만 나는 그래도 밝을 때 임장은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아 물건지에 재방문하였다.

역시 마찬가지로 상태가 크게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중요하게 확인한 부분은 금액 중요성이 높은 창호(새시)의 교체 필요 여부였다. KCC 창호이긴 했지만 대리점에서 시공한 창호로 상급의 제품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매도를 위해 교체한 것인지 시공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보였다. 욕실의 경우 타일 상태가 좋고 디자인도 무난하여 별도 교체가 필요해 보이진 않았다. 인테리어에 소요될 비용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가계약금 천만 원을 입금하였다.

하지만 며칠 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선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다시 상승장 때를 생각하고 매수 결정을 빠르게 해야 한다고 착각을 했던 것이다.

매수 가능 물건은 빠르게 확인해놓되 결정은 천천히 하면 되는 것인데, 하락장 시 매수자가 우위에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다(조정된 금액에 홀려 진행한 것 같기도 하다).

한 주가 지나고 매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중개업소로 향했다(매수 본 계약도 동일한 날에 진행하려고 했으나 매도인 사정으로 한 주 미뤄지게 되었다).

매수인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로 서울 중개사 분과같이 방문하셨다. 주소지를 보니 잠실 엘스에 사시는 분이셨다.

이사 오시려는 이유를 물어보니 예전에 이 부근에 살았었는데 그때 기억이 좋아서 다시 오셨다고 한다. 이제 은퇴하시고 노후를 보내려고 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서울 중개사분은 계약서 등 철저하게 원칙대로 진행하려는 부분이 보이시고, 뭔가 까다롭다는 느낌도 들었다(상대 중개인으로 만나면 별로지만, 내가 추후에 중개인을 선택하게 된다면 저런 분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래에 기재할 잔금 날 이슈사항에 대해 해당 중개인과 마찰을 빚으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몇 번이고 수정하고 나서야 계약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매도 본 계약을 완료하고 일주일 뒤 매수 본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그 일주일을 또 기다리면서 나는 성급한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매물의 등장!'

매수 본 계약을 기다리며 수시로 매수 물건지의 새로운 매물이 없는지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매수 본 계약 하루 전날, 한 중개업소 단독 매물로 로열층 매물이 등재되었다. 물론 가용 범위를 벗어난 가격으로 나오긴 했으나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도 알아볼 겸 매물임장 약속을 잡고 중개업소에 방문했다. 가격 조정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매물을 보러 갔다. 가계약한 매물과 같은 동 매물이고 고층에 있는 곳이었다.

내부는 수리한지 얼마 안 된 것처럼 깨끗했고(심지어 교체공사한 싱크대 하부장 보호필름조차 붙어있는 상태) 예측하건대 미혼 남자 혼자 살면서 거의 잠만 자는 용도로 사는 게 아닐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상태가 너무 좋아 별도 수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살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중개인은 옆 동에 있는 중층 물건을 추가로 보자고 하셨다. 해당 물건은 고층 물건보다 2천만 원 저렴한 가격에 나와 있었고 가격 조정도 가능할 것 같아 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상태였고, 일주일 전 약속을 잡지 않으면 집을 보여주지 않겠다고 하여 내부 상태를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세입자는 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하였고, 만기는 내년 1월로 즉시 입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정 이사비 지급을 통해 조기 퇴거가 가능한지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중개인은 나에게 잔금을 내년 1월로 하고 그때 입주하는 건 안되는지 여쭤보셨다. 나는 가격 조정 여부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참고로 세입자가 있는 매물은 반드시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여부 확인서'를 현 세입자 날인본을 받아야 한다.)

이제 새로 확인된 2개의 물건지의 가격을 조정할 차례였다.

여기서 내가 새롭게 경험한 부분이 있는데, '월급쟁이 부자로 은퇴하라 - 저자 너나위'에 나와있던 내용이었다.

내용의 요지는 내가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후보 물건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상황으로 돌아와서 나는 이미 매물임장 및 가계약까지 진행한 물건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내가 원하는 금액을 얘기할 수 있었다. 두 개의 매물 모두 현재 가격에서 4천만 원 조정을 요청드렸다. 조정가격에는 물론 가계약금 천만 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였고, 조금의 여지도 줄 생각이 없었다. 이는 내가 선택 가능한 물건이 이미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로열층에 있던 매물은 매도자가 해외출장 중으로 유선연락은 불가능하였지만 본인이 급하지 않아서 가격 조정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반면 세입자가 있던 물건은 2천만 원 조정을 제안하였다. 내부를 보지는 못하였지만 중개인도 올 수리를 한지 채 몇 년이 안 됐다고 하시고, 상태는 보증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약속을 잡고 내부를 한번 보는 게 어떻냐고 하셨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다음날 오전까지(매수 본 계약)였다. 내부 상태는 보지 못했지만 복도 창 새시는 확인하고 왔는데, 새시 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중개인이 아주 없는 소리를 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부 상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절대적으로 조정가격이 중요하다고 다시 말씀드렸다. 평소였으면 저렇게 말할 엄두도 안 났을 텐데 참으로 신기하다면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 밤 시간대가 되었고, 더 이상 매도인과 연락이 되지 않아(취침) 다음날 오전까지 조정금액을 알려주기로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가계약금을 입금한 중개인에게 미리 전달하였다. 만약 가격 조정이 된다면 가계약금을 포기하고서라도 조정된 물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고 말이다.

'선택의 기로에 서다'

우선 매수 본 계약 시간이 다가오는데 조정가격에 대한 연락은 안 오고, 마음이 점점 조급해져 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매수 본 계약 시간을 개인 사정의 이유로 오후 시간으로 변경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변경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매수 우위시장에서 가능한 선택).

우선 본 계약을 하기로 한 중개업소로 운전을 하여 찾아가는 도중에 어제 만났던 중개인에게 연락이 왔다. 추가로 천만 원을 조정해 줄 수 있다고 했고, 물건 상태가 좋으니 내부 상태를 보고 얘기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총 3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조정되는 셈이지만 가계약금을 포기한다면 2천만 원의 조정 효과 밖에는 없는 상황이었다. 거듭 강조하여 말씀드리지만 저에게는 절대적으로 금액이 중요하고 4천만 원이 조정되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전달하였다. 3천만 원 조정가격으로만 매수해도 가계약금을 포기하더라도 이미 가계약한 물건보다 700만 원이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즉시 입주 및 내부 상태 확인 불가를 생각하여 섣불리 변경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본 계약을 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자 기존 중개사에게 전화가 오고 계약을 진행하는 게 맞는지 확인하고자 하셨다. 나는 약속시간을 미루고 계속 어중간한 태도로 말씀드리는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기존 계약을 약속한 시간에 진행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제 마음을 내려놓고 본 계약을 위한 중개업소로 향했다.

하지만 또다시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본 계약이 임박한 시점에 4천만 원 가격 조정이 된 것이다. 선택을 변경할 시 무려 1,7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나는 바로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던 중개사에게 연락을 드렸다.

"중개사님, 제가 어제 보고 온 매물이 가격 조정이 되어 제가 가계약금을 포기해도 1,700만 원 이득인 상황입니다."

중개사는 매도인과 연락 후 다시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얼마 뒤 중개인에게서 추가 조정에 대한 얘기를 전달받았다. 기존 1,300만 원 조정금액에 700만 원을 더해 2천만 원을 조정해 주고, 그 이상은 어렵다는 매도인의 답변이었다.

그럼 다시 계산을 해보면 이제 변경 시 내가 얻게 되는 이익은 1,000만 원으로 계산되었다.

'그래도 1층이 높은 곳으로!'

선택할 수 있는 2개의 물건의 가격 계산은 모두 끝났다. 그럼 이제 가치를 분석해야 하는데 확인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두 매물은 동과 층이 다른 매물이었다. 하나는 6층에 조금 더 안쪽(바로 옆동)에 있고, 하나는 7층에 역으로 가는 길이 조금이나마 단축되는 동이었다.

저층과 중층의 기준에 대해 검색을 급하게 하기 시작했다.

의견들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일부는 15층 중 6층까지가 저층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7층이 중층이라는 것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각 동별 층별 공시지가를 찾아보았다. 두 동 간 공시지가 차이는 없었지만 6층보다 7층의 공시지가가 더 높았다. 1~3층이 동일하고, 4~6층 동일, 그리고 7~14층이 동일하였다. 고층(로열층)과 공시지가가 동일한 7층을 결정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7층 물건은 외벽과 붙어있는 세대라 올해와 같이 폭우가 쏟아지면 외벽에서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주민 단톡방에서도 그런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6층 매물은 중간 라인이라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최종 결정의 순간, 나는 원래 하기로 했던 7층을 선택하였다.

물론 천만 원이라는 금액 차이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6층 내부를 보지도 못하였고, 즉시 입주가 안 되는 점과 공시지가 차이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 마음이 계속 7층(행운의 숫자? 정말 쓸데없는)으로 기울었다. 게다가 금액 비교 차원에서는 손해인 셈이지만 기존 가격에서 2천만 원을 조정했다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하락장에서는 조급하지 않게'

하락장에서는 매수자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선택 가능한 물건을 충분히 확보하고, 과감한 가격 조정을 통해 최종 선택에 이르러야 하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값진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도 잔금 날 날벼락!'

매수할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로 여러 가지를 알아보고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에 매도 물건의 잔금 날이 찾아왔다. 나는 매도 서류를 준비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중개업소를 방문했다. 그리고 매수인도 도착하였다. 그날 이른 시간이라 중개인이 조금 늦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매수인은 남는 시간 동안 집을 한 번 더 보고 오겠다고 하였다. 서울에서 온 중개인과 동행하였고,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공사를 생각하시는 상황이라 업자분도 같이 방문하였다. 나는 따라가지 않고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개사에게 연락이 왔고, 누수가 추정되는 부분이 있으니 올라오라는 얘기를 전달받았다. 나는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당황한 채로 방문한 집에는 벽지가 여기저기 뜯긴 상태였고, 욕실 옆 작은방 벽면에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매수인 측 중개인과 업자는 100%로 누수가 확실하다며 벽이 젖어 있다고 하였다.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것은 맞았지만 내가 만져본 벽은 젖어있기는커녕 건조한 상태였다. 업자는 LX 지인 인테리어 조끼를 주섬주섬 챙겨 입으시며(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업자가 아닐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100%로 욕실에서 누수가 된 것이라고 얘기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이 하얘지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급하게 사진을 찍어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리고, 부모님께 전화 및 숨고에 누수탐지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중개업소를 들어가지 않고 카페 댓글과 업자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급한 내 마음과는 다르게 연락이 오질 않았다.

결국 중개사는 알아보더라도 우선 잔금은 진행하고 알아보자고 하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중개업소로 돌아갔다. 중개소에서는 이미 400만 원의 금액을 제외하고 치를 생각으로 서류를 다 작성해 놓은 상태였다. 어이가 없었다.

업자는 누수탐지에 대한 전문 장비 및 능력도 없으면서 400만 원이라는 공사비용을 얘기했다. 그리고 내 쪽 중개사는 나를 지지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온전히 혼자인 셈이었다. 칼만 안 들었지 모두 도둑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작성된 잔금 정산서와 400만 원에 대한 내용을 보았다. 모두 매수인에게 유리하게 기입되어 있었다. 잔금 중 400만 원은 누수공사를 위한 비용으로 제외하고 주겠다는 내용뿐이었다.

나는 이에 반발했다. 누수가 아닐 시 중대하자가 아니므로 4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항을 기입하도록 요청했다. 매수인 측 중개인은 순순히 수긍하는 척하며 해당 내용 끝에 '단, 매수인 인정 시'라는 문구를 넣었다. 나는 매수인이 인정 안 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졌다. 하지만 본인들은 다 상식이 있고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그리고 나는 추가로 400만 원은 중개인이 가지고 있기로 하자고 하였다. 매수인이 안 준 상태로 차일피일 대금 지급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나는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었다.

'누수가 아닌 것을 확인하다!'

잔금을 치르고 나는 다른 누수탐지 업체를 검색하여 연락을 취하고 카페의 댓글도 확인하였다. 댓글에는 소송까지 가면 보통 5:5 지급으로 결정되니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물론 단순 결로이니 중대하자가 아니라는 글도 있었다.

누수탐지 업자 중 바로 가능한 곳이 있어 방문을 요청드렸다(당일에 누수탐지 업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누수 아님'이었다.

탐지 업자는 누수가 아니며 중대하자가 아니라는 소견서 및 관련 사진, 동영상을 모두 보내주기로 했다(누수탐지 비용이 65만 원으로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추후 증명 서류로 이용할 수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항을 중개사에게 전달하고 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얘기했다. 중개사는 매수인 측 중개사와 연락 후 알려주기로 하셨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중개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매수인 측 중개사가 인정을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럴 줄은 알았지만 역시나 상식과 인격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시간이 지나니 머리가 차가워지고 조금 더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법적 서류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동의하지 않을 시 소송까지 진행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를 설득할 만한 공식 서류를 전달해 주면 나도 확인해 보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 상식에서 벗어난 이기적인 고집에 불과했다. 본인들이 왜 증명을 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결국 나는 중재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 얘기한 금액의 절반, 200만 원(지금 생각하면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준 것 같아 속이 쓰리다)을 부담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매수인 측은 300만 원으로 올리는 등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태도로 나와 소송으로 가자고 최종 의견을 전달했다. 그랬더니 매수인 측 중개인은 동의를 하였다.

'경험은 나를 성장시키지만 무지함은 비용을 지출시킨다'

위에 적어 놓았지만 중개인을 잘 만나면 내가 가만히 있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매물 가격을 조정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인상이 좋지 않아도 뻔뻔한 중개인이 내 중개인이라면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수인은 점잖은 할아버지인데 비해 중개인은 뻔뻔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인테리어 업자(?)라는 사람까지 섭외하여 도배비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얻어내었다. 내가 매수인의 입장이었으면 아주 만족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나의 중개인은 친절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 실익은 없다고 생각했다.

중대하자 사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미리 알고 있었다면 잔금 날 내가 당황하는 상황은 없었을 테고, 내가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내가 매수할 때는 받을 금액을 더 받아 낼 수도 있다.

실제로 중대하자에 대한 문제를 겪고 나서 매수하려는 아파트의 누수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벽 쪽에서 물이 새어 들어온 흔적과 장판 아래 물이 고여있었고, 중개인을 통해 매도자에게 전달했다. 해당 사항은 아파트 공용부 문제로 관리사무소 책임 소관이며, 관리사무소를 통해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 전 내부 방수시공도 별도로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매도인이 방수 시공에 대한 일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 매도할 때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비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나의 중개인이 뻔뻔했다면(?) 도배비를 받아줄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크게 또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동산 거래인데,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는 것은 공부해서 더 자세하게 알아두고, 꼼꼼하게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하자'

이 글을 기록하는 이유이다.


이것으로 나의 무더운 여름날 부동산 매도/매수기를 마치려고 한다.

매수 아파트 잔금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희망한다(문제가 생긴다면 이 글을 수정하여 기재하려고 한다-문제는 없었다).

추가로 잔금날 꼭 스스로 부동산등기를 다시 조회하는 것을 잊지 말자(중개인을 통한 확인이 아닌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

그리고 잔금날 부대비용 중 국민주택채권 매입금액이 있는데,

1. 주택의 소유권 이전을 받으면서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채권 매입액과

2.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근저당 등기가 필요할 때도 별도 채권 매입액이 발생하니 잔금 예산 설정 시 이를 미리 반영해놓는 것이 좋겠다.

매도 및 매수를 앞둔 사람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로 매수하는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테리어 측면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인테리어 시공기로 올려보려고 한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